[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합니다]
- 20대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입장과 소회
대선이 불과 보름여 남았습니다. 3월 9일 선거를 앞두고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제게 묻는 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저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두 후보 모두 논란이 많은 인물이어서 선뜻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 저는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습니다. 이 후보가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총리실에서 퇴임한 후 근 2년간 조건 없이 도왔습니다. 2020년 4.15 총선 때는 외곽에서,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는 이낙연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아 대언론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이는 제 나름의 인간적 도리를 다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경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민주당은 ‘사사오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를 최종 당 대선후보로 확정하였습니다. 이후 캠프는 해산하였고, 저는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도우려고 했던 사람은 이낙연 후보였고, 거기까지가 저의 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재명 후보를 위한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간에도 쭉 그래왔구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삶과 행태도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도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았던 그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는 민주당 당원은 아닙니다)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우려고 합니다.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습니다.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습니다만, 결국은 수락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제20대 한국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그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입니다.
윤 후보를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국정경험이 부족하고 무식하다는 지적도 있고, 또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의 삶과 생각을 전부 다 공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습니다.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습니다.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노라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혹여라도 그분들이 ‘이재명 지지는 선(善), 윤석열 지지는 악(惡)’이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진영논리로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더러는 비난도 하실 겁니다. 그러실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고 해서 타인의 선택을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선택을 했고, 저는 저의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이번 대선은 돌발변수가 많아서 매우 유동적일 듯 합니다. 저는 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특히 보수성향의 윤 후보에게 진보적 가치를 많이 충전해주겠습니다. 진보 진영의 ‘사상의 은사’로 불리는 고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습니다. 또 윤 후보 주변에 차고 넘치는 달콤한 소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저는 올해 우리 나이로 64세입니다. 이제부터는 세상의 눈치나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제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케케묵은 진영논리나 어줍잖은 진보인사 허세 같은 건 과감히 떨쳐버리겠습니다. 저에 대한 오해와 비난, 미움조차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고 범처럼 대차게 나아가겠습니다.